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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조상님들이 지하에서 통곡할 일
작성자 김ㅇㅇ 작성일 2023.04.17 조회 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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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을 알아야
- 시민 성금으로 춘향영정을 그린다? -

지금 이런 글을 써서는 안 되고 이런 기록을 남겨서도 안 된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런데도 쓰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내가 남원인이기 때문이다. 참고 참고 또 참아왔고, 쓰고 쓰고 또 써왔다. 그래도 속살을 내보일 수는 없었다. 부끄러워서다. 그것이 잘못이었다. 더 이상 숨기고 비겁해질 수 없어서다. 남원인이 이토록 욕될 수 없고 더 이상 숨긴다는 것은 죽느니만 못하겠다는 자긍심이라도 지켜야겠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생략하겠다. 끝내는 시민의 성금을 모아서 새로운 춘향영 정을 그리겠다는 현수막이 걸리고 보도가 되었다. 저들이 시민이 뽑아준 시장이고, 남원 문화를 관장하는 기구에서 일하는 자들인가? 만에 하나 ‘김은호’라고 하는 부왜역적을 모르고 ‘송요찬’ 이라는 친일역적을 모르는 사람들이 그런 일을 한다면 또 모르겠다. 그렇다면 그런 사람은 시장이 될 자격이, 문화원장이 될 수 있는 자질이 아예 없다. 이를 스스로 자인하고 자신의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

시민의 성금으로 영정을 제작하겠다는 이 처량한 발상이 어디에서 기인되었는가를 아는 사람은 극히 소수다. 어느 날 시청 담당자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남은 문화원 회의실에서 문화원 측과 함께 영정 문제에 대해 논의를 하자는 것이다. 수순을 밟기 위한 통과의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갔다.

나는 그 자리에서 선고했다.
‘남원시에서 문화원과 합치해서 만든 춘향영정 연구위원회에서 2-3명을 선발해라, 그럼 우리(최초 춘향영정 봉안 추진시민연대)도 그 숫자에 맞춰 토론회에 임하겠다. 그리고 토론 과정을 생중계하고 그런 다음 여론조사를 하자. 시민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아놓은 상태에서 이 일을 감행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단, 연구위원회 위원장은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그는 2천만 원짜리 춘향영정 연구용역의 좌장으로 새 그림을 주도하고 있고, 이어 새 그림 그리기 팀을 이끌고 있는 수장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새 영정 봉안 의견이 이긴다면 백퍼센트 인정하겠다. 그러나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는 채 영정을 새로 그리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만에 하나 이를 강행한다면 그 그림을 막을 것이고 끝내 봉안한다면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없애겠다.’ 이렇게 말이다.

그런데 아무런 대답도 없이 세월만 보내더니 어느날 갑자기 이런 소식이 들렸다. 시민 성금으로 새 영정을 그린다는. 우리 의견을 비껴가기 위한 방안으로 머리 좋은 사람들이 찾아낸 기막힌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그림 제작은 이미 시작되었고 시비 1억 2000만 원은 지급되었을 것이다. 그 지급된 시비는 성금으로 보충하고 남은 돈은 반납하겠다고 했단다. 지렁이가 하늘을 우러러 웃다 죽을 일이다.

춘향 그림이 일부 시민들의 성금으로 그려진 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0년까지 춘향사당을 차지하고 있던 친일 화가 김은호의 작품이 바로 그것이다. 2020년 9월에 철거되어 불행하게도 최초 춘향영정과 함께 남원 향토박불관 수장고에 갇혀 있다. 무슨 말인가 하면, 1960년 4.19혁명을 군홧발로 짓밟고 쿠데타 정권을 세운 박정희의 내각수반 송요찬이 친일 역적 김은호가 다시 그려놓은 (1939년 제작된 김은호의 첫 그림은 한국전쟁 때 칼에 찢겨 쓸 수가 없어 불태웠는데 ‘소실’이라고 하고 있다)그림을 시민의 성금 명목으로 모금하여 인수받아 최초 춘향영정을 쫓아내고 사당에 게시한 것이다.

박정희는 일본 육군사관학교 출신으로 만주에 파견되어 독립군 사냥꾼대장을 했고 일본과의 협상에서 강제동원 노동자, 위안부를 몽땅 팔아먹어 지금 이 판국을 만들어 놓은 장본인이다. 송요찬은 만주 군관학교 출신으로 역시 만주에서 독립군 사냥꾼 노릇을 하다가 박정희 ‘꼬봉’ 노릇을 하던 놈이다. 이놈들이 친일 청산을 하지 않기 위하여 요술을 부렸던 것이 시민 성금이었다. 그 시민 성금이라는 명분이 ‘60년간 남원 시민의 사랑을 받아온 춘향영정을 시민의 의견도 듣지 않고 철거한 것은 있을 수 없다’는 명분이 되었다. 그 논리 때문에 아직도 원본 최초 춘향영정이 사당에 들지 못하고 수장고에 부왜역적 김은호의 그림과 함께 갇혀 있는 것이다.

내가 최초 춘향 영정이라 가정해보자. 왜놈들에 의해 입혼식까지 거창하게 거친 가부키 춘향상한테 쫓겨나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도 억울한데, 열여섯 가부키 연애쟁이 그림과 함께 나란히 수장고에 갇혀 있다? 암행어사 부인이 첩실이라 할 수도 없는 일본 여자와 나란히 갇혀 있다? 그것을 영구화하기 위하여 새 춘향이를 미인도로 만들어 남원의 상징물로 하잖다? 시민의 성금으로?
친애하는 남원 시민 여러분! 성금 내시겠습니까? 당신은 어느 나라 사람이고자 하십니까?

2023년 4월 17일

남원인 한병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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