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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춘향영정, 이대로 좋은가? (3)
작성자 남ㅇㅇ 작성일 2005.06.17 조회 1,905
첨부파일
나. 춘향영정은 어떤 그림인가? (김은호 자서전 <서화백년>을 중심으로)
1939년 이당 김은호가 그린 춘향영정은 어떤 그림이며 어떤 평가를 받았는가? 당시의 고증위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합의된 내용은 ①처녀 춘향으로 명랑·총명하고 의지가 강하여 절개 있는 모습 ②의상은 170~200년 전의 다홍치마, 연두저고리로 ③미인이어야 하고 서있는 모습이었다.
완성된 그림에 대한 평가는 「---- (전략) 거의 완숙경에 달한 이당의 예술적 심혈을 다하여 (중략) 화백의 신필로 그려진 16세 춘향의 입상은 美 와 熱과 義와 理性이 결정된 女神같이 아름답고 (중략) 동양미의 최고봉이요, 선마다 춘향의 혼이 숨고 색마다 이 땅의 신비한 꿈이 숨어 (하략) ----」(동아일보 1939. 5. 31일자)로 극찬했다.
1960년에 다시 그린 영정에 대한 평가는 「---- (전략) 날씬한 몸매는 물론, 앳되면서도 굳은 심지를 감추고 있는 그 얼굴의 더 할 나위 없는 화사함과 고운 살빛은 이당의 미인상 중 가장 뛰어나다. (중략) 고전적 영정양식을 취하지 않고 철두철미 현실적 친근감을 주는 미인도로 완성시킴으로써 이당의 순수한 작품계열에 들게 한다.」 (이구열<이당 김은호> 한국근대미술연구소 편) 「과거의 영정 양식과는 판이한 이당수법의 또 하나의 현대적 미인도로 그려지고 있는 (중략) 전설적인 節婦의 상이라는 역사적 거리감은 조금도 느낄 수 없고 그와는 정반대로 현실적 친근감을 주는 최고의 미인상 자태에 역점이 두어져 있다.」 (위와 같음)
1960년 작품은 찢겨진 1939년 작품을 草本으로 동일인물이 그대로 그렸기 때문에 동아일보의 평과 다르지 않다고 보아도 될 것이다.
김은호는 고증위원들이 합의한 내용의 ① ③번에는 충실했던 모양이나 ②의상의 경우 녹의홍상은 지켰지만 춘향전의 시대적 배경인 조선 숙종 조의 복식을 따르지는 않았다. 고증위원들을 필요로 했던 것은 바로 의상문제였을 것이다. 그런데 고증위원을 필요로 했던 부분을 김은호는 현실감각으로 대치해 버렸다. 이는 미인도 자체의 작품에 치중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간과되어서 안될 것은 당시 동아일보의 경향이다. 김은호는 1937년에 금차봉납도를 그려 미나미 총독에게 증정하면서 일약 친일부왜협력의 거두로 등장하였으며 동아일보는 그의 그림을 극찬한 것이다.
또 하나는 이구열의 <이당 김은호> 화집이다. 이 화집의 어디에도 금차봉납도에 대한 언급은 없다. 연보에 의하면 금차봉납도를 헌상했던 1937년 당년에 ①조선미술원 건물 신축 ②그 기념전에 <장미> 2점, <매월> 출품 ③16회 선전에 심사 참여수락 (8년만에 다시 선전에 복귀) ④<선니문례> 출품 밖에 없다.
1942년 연보에는 ‘일제 당국으로부터 태평양 전쟁 수행에 따른 유형무형의 협조 압력을 받음’으로 1945년에는 ‘감격의 8·15를 맞이했으나 사회안정을 기다리며 내처 그곳(안성)에 머무름’으로 기록하고 있다. 철저하게 김은호를 옹호하는 입장에서의 기록이다. 김은호가 양성했던 제자였을 가능성이 높으며 어쩌면 제자의 제자였을 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안성에 가 있었던 것은 ‘머무른 것’이 아니라 ‘피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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