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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춘향영정, 이대로 좋은가? (10)
작성자 남ㅇㅇ 작성일 2005.06.28 조회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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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1939년과 1960년의 시대적 특성과 현재

금년은 을사늑약의 100주년이며, 광복의 60주년이 되는 해다.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전국 방방곳곳에서 의병이 일어나 항쟁하였고 1910년 한일합방 때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독립운동의 열기는 1919년 3·1만세운동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일제의 폭압과 회유로 1920년이 넘으면 독립운동가들은 해외로 떠나게 되고 국내에서는 독립운동 자금을 비밀히 모금하여 해외독립운동을 지원하게 된다. 적어도 국내에서는 독립운동을 거의 하기 어려운 형세로 바뀌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표면적으로 활동하는 인사나 지역유지들은 거의가 친일부왜협력자들일 수밖에 없었다. 민족주의자들이나 의식있는 사람들은 국내에서 은둔하거나 칩거 혹은 이중생활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표면적으로는 친일을, 어두운 곳에서는 울분을 토해야 하는 생활이었다.
1930년대 후반이면 은둔과 칩거, 이중생활도 신물이 나게 되고 행세한다는 사람들은 부왜협력자들일 수밖에 없었다. 식민지 정책이 정착되었다는 것이다.
1939년 당시의 기생을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라 당시의 기생들은 친일부왜세력이 밥줄이었고 삶을 꾸리는 바탕이었다고 보아야 한다. 게다가 기생의 딸인 춘향의 초상화를 봉안한다는 그 자체에 들뜰 수밖에 없으며, 유명화가가 그렸다는 것은 더 큰 긍지를 불어 넣었을 것이다. 민족의식이나 독립정신이 개재될 여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 의식이 있는 기생이었다면 춘향영정을 수레에 싣고 운반하는 100여명에 들지 않았을 것이다.
1960년도 마찬가지다. 1945년 해방, 1948년 이승만 정권 수립으로 그늘로 숨어들었던 부왜협력자들이 기지개를 켜며 나와 줄줄이 정권의 고위층에 자리잡았다. 이념적 대립 속에서 친일·부왜는 가려졌고 그들은 날개를 단다. 더구나 1950년 한국전쟁도 1960년이면 분단으로 고착되고 말며 오직 반공과 반일의 구호만 있었다. 여기에서 남한의 반일은 묘했다. 친일·부왜는 가려진채 무조건적이고 맹목적인 반일이었다. 과거사 청산이라는 말은 엄두도 낼 수 없는 시대였다. 부왜협력자가 판을 치면서 마비와 무감각증에 빠져버린 상태였다.
더욱 유명해진 김은호가 그린 춘향상은 아무런 의식 없이 받아드려질 수 밖에 없었다. 역사의식의 마비상태와 친일부왜협력자들에 대한 무감각 속에 이루어진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춘향은 다시 그려졌고 이런 시류 속에서 진주와 장수의 논개도 심지어는 충무공과 신사임당의 영정도 그려진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선인들을 될 수 있으면 욕되게 하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이 판국이 4·19를 뛰어넘어 다시 5·16군사쿠테타로 이어지면서 우리 민족에게는 민족의식이나 역사인식의 마비, 무감각 상태로 이어지고, 잘못된 과거 청산은 함께 묻혀져 왔다.
솔직하게 말하자. 지금 남원에서 김은호의 춘향영정이 그대로 유지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면 35년의 식민통치와 이승만, 박정희로 이어져 온 시대의 민족의식, 역사인식의 마비시대를 살아온 사람들 아니겠는가? 그리고 그 마비와 무감각 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러면서 그 분들이 고이즈미의 야수쿠니 신사참배에 참견할 수 있으며 고위관료들의 계획적이고 의도적인 망언에 항변할 수 있는가? 일본의 역사왜곡을 비난할 수 있으며 적어도 이러한 선상에서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에 대한 반대는 자가모순이라 생각하지 않은가?
우리들이 펼치고 있는 이 논지가 절반만 맞다고 해도 남원시의 ‘복식고증을 거쳐 반년 정도의 긴 기간 동안 심혈을 기울인 희귀한 작품이며 당시 춘향 영정 봉안 때 남원에서 춘향사를 지을 때 주도적으로 활동한 분들이 춘향영정 봉안을 크게 환영하였다’ 는 주장은 옳지 않다.

5. 각계의 의견에 대한 반론

가. 1939년 입혼식까지 하며 영정에 오랫동안 제사까지 지냈는데 친일화가가 그렸다는 사유 하나로 다른 영정을 모시고 제를 지낼 수 있는가?

1) 입혼식을 한 영정은 1950년 괴뢰군에 의해 난도질당했다. 또한 입혼식을 제안하고 행했던 사람들은 친일부왜협력자(김은호)였거나 역사인식 및 민족의식이 부족했던 사람들이었다고 본다.

2) 오랫동안 제사를 지냈다는 것 자체가 부끄럽고 회한스럽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친일화가의 일본식 화풍미인도에 오랫동안 제사를 지냈다는 것 자체가 끔찍스럽지 않은가? 그런데 앞으로도 그 짓을 계속하겠다는 것인가?
춘향영정의 실체를 모르고 제사에 참여했던 사람(주로 여고생)들을 욕되게 했다고 보지 않은가? 앞으로 그 사실을 아는 학생들이 그 의식에 참여하리라고 생각한다면 망령이다. 그런 사실을 숨기고 학생들을 동원할 것인가? 김은호의 춘향영정 앞에서 제향을 모시는 것은 75회 춘향제로 끝났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을까?

3) 우리들이 올린 글을 접했다면 ‘친일화가가 그렸다는 사유 하나로’ 라는 말이 어떤 의미를 갖는가를 알 것이다. 단지 일본이 35년 동안 우리나라를 지배했던 이유 하나만으로 ‘반일’을 외쳐대고 역사왜곡과 망언에 분노하느냐는 말과 무엇이 다른가?
그 끊임없는 해적행위와 임진·정유란 또한 문제 삼을 것이 무엇이며 남원성에서 남원성민 1만여명이 죽었대서 무슨 대수냐는 말과 또 얼마나 차이가 있는가? 그들은 일본인이었고 김은호는 조선인인 우리나라 사람의 차이 때문인가? 우리는 그래서 오히려 그를 단죄해야 한다는 것이다.

4) 한사람 제사를 지내는데 지난해의 얼굴과 금년의 얼굴이 다르면 그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기도 하다. 그런데 춘향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래서 철거도 교체도 가능하다. 실제 춘향이 있었다는 가정을 전제로 누가 그린 춘향이 실 인물에 더 접근할 것인가를 알 수 있는 사람 또한 아무도 없다. 그래서 철거나 교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변절에 변절을 거듭한 변절의 명수 친일부왜화가의 미인도가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춘향이라고 고수해야 하느냐 하는 것이다.

나. 강주수 화백이 그린 그림은 절대 춘향의 모습이 아닌데 대안으로 모신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1) 춘향의 모습에 대해선 앞에서 얘기해 생략한다.

2) 우리가 대안으로 제시한 것은 두가지였다. 강주수 화백의 작품으로 대체하거나 현재의 영정을 박물관으로 보내 보관하고 그 자리에 철거의 이유를 성실하게 게시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가) 강화백의 작품으로 대치하여 여론을 확보해 보자는 것은 예술성이건, 미인조건이건, 나이건 간에 의견수렴을 하여 다음 일을 추진하는 기본틀로 활용하자는 것이었다. 안되겠다 싶으면 다른 화가에게 의견수렴을 통한 자료를 제시하고 새 영정을 만들어 봉안하자는 것이었으며,
나) 철거한 자리에 철거 이유를 성실하게 게시한다는 것은 남원과 남원정신을 모든 사람들에게 알려주자는 것이다. 또한 박물관으로 옮긴 작품에도 이 사실을 게시하자는 것은 역사에 죄를 지면 어떤 결과가 오는가 하는 것을 교육하는 자료로 쓰자는 것이다.
해방 후 김은호는 서울에 올라와 ‘쓴웃음이 나왔다.’고 했다. 자기의 행위가 친일로 매도당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당시뿐만이 아니라 자서전을 쓴 당시에도,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도 그랬을 것이다. 친일세력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조직적으로 이 사회와 국가를 지배하고 있었는가를 웅변하는 말이며 그는 그 세계에서만 살다가 갔다. 그래서 역사에 죄를 지은 사람은 몇십년 몇백년 뒤에도 후손들에게 정당한 단죄를 받게 된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인식시켜야 할 필요가 있으며, 그래야만 국민의 도덕성이 바로 서게 될 것이다. 그 자료의 하나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 친일 내용에 앞서 예술성을 중시하자.

소프트에어보다 하드웨어이며 실용성보다 도안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정신이나 혼이 깃들어 있지 못한 작품은 단명하다. 실용성보다 외관에 치우친 건축물은 금방 실증을 낼 수밖에 없는 것과 같다. 유해 농산물을 번드르하게 포장했대서 좋은 식품이 될 수는 없다.
하물며 정절의 상징이자 표상인 춘향을 변절의 명수 친일 부왜의 대표화가가 그렸다는 것을 안다면 광한루원을 찾은 관광객들이 남원을 어떻게 보고 인식하겠는가? 등줄기에서 땀이 나는 일이다.

라. 60~70년을 모셔온 영정을 바꾼다는 것은 말도 안되며 그럴 수 없다와 오랫동안 모셔온 영정을 바꾸는 것은 큰문제. 시민단체의 여론을 종합적으로 수렴하여 철거 여부를 결정하자.

1) 앞 부분에 대한 반박은 생략한다.

2) 의견 수렴에 대해서는 앞에서도 얘기한 바 있어 이 또한 생략한다. 다만 남원시에 공청회나 토론회를 제안하고자 한다. 여론을 종합적으로 수렴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우리가 하고자 하나 우리에겐 그럴 능력이 없다.
동수의 패널과 동등한 시간 분배 이외의 조건을 내세우지 않겠으니 남원시에서는 1개월 적어도 2개월 이내에 공청회나 토론회를 개최해 주기를 요구한다.

마. 김은호는 안중근, 이준, 이순신 장군 등 영정도 그렸는데 이분들의 영정에는 문제제기나 의견이 없는데 춘향영정에 문제가 있을까?

1) 시대의 추세에 따라 타 영정의 문제도 앞으로 거론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철거나 교체는 선후의 차이가 있을 뿐일 것이라는 말은 앞에서 한 바 있어 생략한다.

2) 그런데 철거나 교체에 대하여 마음속으로는 백번 그러고 싶으나 거론하지 못하는 난처한 경우가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김은호에게 영정을 의뢰한 분들에 대한 예우 문제가 크게 걸림돌이 될 것이다.
예를 들면 이순신 장군의 경우 미우나 고우나 현충사를 성역화하고 현재의 위상으로 정립해 놓은 것은 박정희였다. 이순신 장군의 후손들 입장에서 보면 박정희는 은인이고 박정희의 작용으로 그려진 충무공의 영정에 대하여 왈가왈부하는 것은 현충사의 근본을 거론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인식이 배어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김은호 보다는 박정희를 거론하고 문제 삼아야 할텐데 이는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박정희가 현충사를 성역화하는 데 동의해 준 문중 어른들까지 문제화 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속앓이를 하면서도 거론하지 못하는 문중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논개나 춘향영정의 교체나 철거가 될 것이다. 그들에게 힘을 북돋아 친일 잔재를 청산하는 길을 열어주기 위해서도 춘향영정의 철거나 교체는 필요불가결한 일이다.

바. 춘향제가 새롭게 변화되고 있는데 남원에서 왜 그러는지? 앞으로는 춘향문화선양을 위하여 전 시민이 합심 노력해야 할 때.

1) 춘향제는 새롭게 변해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는 다룰 문제가 아니다.

2) 우리는 춘향문화의 선양을 위하여 이 일을 하고 있다. 왜곡되고 그릇된 춘향문화를 바로 잡으려면 춘향정신을 근본적으로 훼손하고 있는 영정부터 교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일을 위하여 전 시민이 합심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는 것이며 여기에 민과 관이 다른 목소리를 내면 안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너무 야박스러울만큼 반론을 제기한 것이 아닌가 반성도 해본다. 또한 일반적인 시민의 정서에서 벗어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없지 않다. 그러나 무엇을 잘 알아서 거론하는 것이 아니며 반박을 위한 반박이 아니라는 것도 확실하고 분명하다.
우리는 소수라고 생각되지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민의 의식이나 인식이 잘못되어 있는 부분이 있고 그것이 남원정신에 어긋난 것이라면 이를 설득하고 안내하여 바른 방향으로 나가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열심히 공부하면서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심한 경우가 있었다면 이해해 주고 양해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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