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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춘향영정, 이대로 좋은가? (9)
작성자 남ㅇㅇ 작성일 2005.06.27 조회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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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시의 답변에 대한 반론

많이 늦었지만 남원시에서 비교적 성실한 답변을 해 준데 감사한다. 현재의 김은호 작품 영정을 유지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과 공부를 한 흔적도 보인다. 그러나 그림 제작 당사자의 자서전만을 바탕으로 논지를 전개한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으며 ‘ --- 각계의 의견’ 역시 어떤 근거를 가지고 (설문 등) 의견을 수렴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 이유는 우리가 시청에 들러 춘향영정의 철거나 교체를 요구할 때 시청의 담당이나 고위 관계자들이 한 말과 거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의견수렴의 방법에도 문제가 있다. 바탕지식이나 상식이 없는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설명하거나 암시로 유도한 다음에 의견을 묻는 것은 의견 수렴일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남원시에서의 반론을 계속해 나갈 것이며 우리의 반론에 남원시는 반론해 주기를 요구한다. 그리고 남원시와 우리들의 논쟁에 시민들과 독자들도 함께 참여하여 공론화가 이루어 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런 다음 논쟁에 참여한 사람이나 적어도 처음부터 읽어왔던 사람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본다.
6. 16일자의 2차 글에서도 밝혔지만 우리는 친일부왜협력자를 단순화하여 김은호에 국한시키고자 했다. 그러나 남원시에서 객관도를 높이기 위한 의도였을 것으로 보이는 다수의 명단이 올라와 이들에 대해 거론하지 않을 수 없음은 유감이다. 또한 향토의 선인들을 거론하지 않으려 했으나 불가피한 경우 거론하지 않을 수 없는 경우도 있을 것으로 보아 양해를 구하는 바이다.
이미 올려진 내용과 겹친 부분은 될 수 있는 대로 피하고 싶으나 불가피한 경우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우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김은호에게 춘향영정의 제작을 의뢰한 것은 일본인 식산은행 두취 임번창과 호남은행 두취 현준호였다는 것이다. 이들은 당시 1천원씩을 내서 김은호에게 영정을 제작하게 했는데 남원시에서는 임번창이라는 일본인을 가렸다. 의도적인 것이 아니라면 좋으나 의심스러움을 떨칠 수가 없다.


1. 민족자본가 현준호는 어떤 사람인가?

가) 그 아버지 현OO의 친일(박찬승 : 목포대 사학과 교수의 글을 중심으로)

현준호(玄俊鎬 1889~1950: 전남 광주 생)는 태생적으로 부왜협력의 틀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그의 부친은 전남 영암에서 손꼽히는 유지였으며 부자였다. 1905년 을사늑약 이후 전국에서 의병이 일어나고 그 의병들이 부호들에게 자금지원을 요구하게 되자 그는 일본 경찰력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목포로 이사한다.
그는 광주농공은행 취체역, 경성해동물산주식회사 사장 등을 역임하며 재산을 불리고 한편으로는 영암군사립구림학교장, 목포사립유치학교장 등으로 교육에 관심을 쏟기도 한다. 그러나 명치신궁봉독회 조선지부위원, 제국군인후원회 특별위원, 중추원 주임참의 등을 지내면서 경제계와 관변에서 부의 축적과 명예를 누리다가 1924년 사망한다.
1910~20년대는 일제가 조선인 유지에게 특별히 친일을 강요하지 않았던 시기인데도 그는 부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부를 축적하는 배경으로 삼았다. 3·1독립만세 시에는 나주, 무안, 제주 등 전남 6개 군을 순회하면서 주민들에게 만세운동에 참여하지 말 것을 종용한다. 드물게 보는 부왜 행각이었다 할 것이다.

나) 현준호 본인의 부왜 행각

본인 현준호는 창평영양숙, 휘문의숙을 거쳐 1912년 일본으로 건너가 메이지 대학법과를 거쳐 1917년 귀국한다. 1919년 2월 동료들인 송진우, 현상윤 등이 3·1운동을 준비하고 있는 줄 알면서 참여하지는 않는다. 당년 7월 호남은행 설립을 발기하고 1920년 8월 호남은행 창립과 함께 전무취체역이 된다.
1923년에는 민립대학기성운동에도 적극 참여하게 되는데 민족자본 육성과 민립대학 육성 등을 통해 조선 민족의 실력을 양성해야 된다는 취지에 입각한 것이어서 그는 ‘민족자본가’라는 호칭을 얻게 된다.
1930년 중추원 주임참의가 되어 조선인 은행들이 일본 은행에 합병되어 갈 때 오히려 호남은행은 동래은행을 합병하는 실력을 과시한다. 이 중추원 참의직은 900정보의 농토를 얻을 수 있는 간척사업을 총독부로부터 허가 받을 수 있는 힘이 되기도 한다.
1837년 중일전쟁 발발 직후 조선총독 미나미의 지시로 만들어진 시국강연 연사로 활동하고 1838년 조선총독부 시국대책조사위원회가 설치되는데 총97명 중 한국인은 11명이었다. 현준호는 그 11명 중 한명이었다. 여기에는 경성방직 사장 수당 김연수도 포함되어 잇는데 전주에서 철거된 ‘수당문’은 그의 호를 딴 것이엇 민과 관이 함께 철거한 것이다.
1839년 그가 일본인 임번장과 함께 춘향영정 제작을 결정하고 봉안할 당시에도 그는 이 조선총독부 시국대책조사위원회의 산업·경제 관계를 담당한 제2분과회의 전임위원과 문화·사회관계를 담당한 제1분과위원회의 겸임 위원이었다. 또한 중추원 참의 자리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다.
1941년에는 친일관변단체인 윤치호 계열의 흥아보국단 상무위원으로 참여하였다. 이 흥아보국단은 황국정신의 앙양, 강력한 실천력의 발휘, 시국인식의 철저와 대책 결의, 근로보국의 강행 등의 강령을 채택한 단체이며 뒤에 조선임전보국단이 된 단체 중의 하나다.
1944년 일제의 징병제도가 실시되자 현준호가 속해 있던 중추원에서 윤치호 등 고문 66명과 18명의 참의가 모여 학도병 지원을 독려하기 위한 강연반을 결성하였는데 현준호는 전남지역 시국강연반에 소속되었다.
해방 이후 이렇다 할 정치 활동을 않다가 1948년 반민특위가 설치되자 그는 불려나가 중추원 참의 등은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맡게 된 것이라고 진술했고, 호남은행도 일본인을 한 사람도 쓰지 않아 동일은행에 합병되었다고 했으며, 해방 당일까지 창씨개명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결백을 주장하여 불구속처리를 받았다.
그러나 6·25한국전쟁 당시 피난가지 못한 채 인민군에 붙들려 9. 28일 후퇴하는 인민군들에 의해 피살되었다.
그는 조국과 일제 사이에서 어느 하나를 선택할 수 없었던 고뇌하는 시대의 희생자였을 수 있다.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는 어떤 이유로서건 끝까지 창씨개명을 하지 않았던 것과 일본인을 쓰지 않은 지조가 보증한다고 본다. 또한 시국강연 등은 그의 직책에 의해 어쩔 수 없었다고 할 수도 있다. 그리고 ‘민족자본가’로서 그의 덕을 본 조선인은 상당히 많으리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의 친일문제는 남과 북이 다르다. 남에서는 불구속처리된 그의 친일행적이 북한에서는 피살로 끝맺는다.
하여간 그는 김은호 보다는 훌륭한 면모를 지녔던 사람임에는 분명한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부왜 협력을 통한 부귀영화와 권세를 면죄 받는다고 할 수 있을까?


2. 강주수 화백과 우형이라는 사람은 다른 사람인가 동일인인가?

남원시에서의 답변에서 의제 허백련이 등장한다. 김은호의 자서전<서화백년>에 나타난 이야기다. 이는 한낱 일화일 뿐이고 의제를 연결시켜 보고자 하는 의도일 것이어서 여기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다만 허백련은 김은호에게 일본화풍을 전수받은 동료이자 제자격이며 후소회의 일원으로 김은호가 심혈을 기우려 키워준 인물이었다는 것만 말해둔다.
문제는 우형(雨馨)이라는 호를 가진 사람과 호는 알려지지 않은 채 이름만 강주수로 알려진 사람과의 관계다. 김은호는 자신의 그림을 위조해 팔아먹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했는데 그 사람의 호도 이름도 없이 그런 사람이 있었다는 말만 하고 있다.
그런데 남원의 향토박물관에는 세 점의 춘향영정이 보관되고 있다. ①의 작품은 붉은색 점박이의 분홍저고리에 남색치마를 입고 붉은색 신발이 보이는 작품으로 오른손으로 치마를 잡고 있으며, 이 작품은 강주수의 작품으로 전해지고 있다. ②의 작품은 전체적으로 ③의 작품과 동일하나 배경색이 ③은 연두색 계통인데 비해 분홍색 계통의 색으로 처리되었다.
③의 작품은 녹의홍상으로 왼손으로 치마를 들어올리고 있으며 발이나 신발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김은호가 서명하고 낙관한 김은호의 작품이며 그 복사본이 춘향사에 게시되어 있다.
그러면 김은호의 그림을 위조해서 팔아먹은 사람은 누구일까? ①과 ②의 작품은 서있는 입상이라는 점과 배경색이 좀 비슷하다는 것 외의 공통점이 없다. 그러나 ②의 작품과 ③의 작품은 배경색과 예술성을 빼고는 다른 것이 없다. 동일인의 작품이거나 모작 혹은 위작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김은호 일행(임번장, 현준호)이 보고 페인트로 쓱쓱 그린 보잘것 없는 작품은 어떤 작품인가? ②의 작품이라면 이는 김은호가 모작한 것이 된다. 당연히 ①의 작품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김은호는 어떤 손으로 치마를 올려 잡았는가의 문제는 거론하고 있지 않다. 이는 기생신분으로 그렸느냐, 양가 규수 신분으로 그렸느냐의 중대한 문제라고 한다.
그러나 이 문제를 가지고 김은호가 모작을 했으리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같다. 그는 당시 모작 수준의 그림을 그릴 위상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위인이었다. 그렇다면 결론은 우형이라는 사람은 강주수와 동일인이며 그의 호가 우형이었다는 것이다. 김은호가 이름도 호도 밝히지 않은 ‘위조해서 팔아먹은 사람’은 우형도 강주수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남원시에서는 ‘그림을 위조해서 팔아먹던 우형의 그림’이라고 단정하고 있다. 이는 중대한 판단 착오로 강주수 화백과 김은호를 함께 욕되게 한 것이다. 만에 하나 김은호 일행이 찾아와 본 작품이 ②의 작품이고 우형이라는 사람이라면 김은호는 모작을 바탕으로 그 위에 솜씨만 올렸다는 결론이다. 그러나 이 문제도 결코 간과할 수만은 없는 남원인들의 숙제라고 하겠다.
첨부해야 할 것은 김은호가 춘향영정을 그리기 위해 남원을 방문하여 찾은 것은 ‘읍지(邑誌)와 노기(老妓)’였다. 읍장 김봉두는 처음 김은호 일행이 남원에 왔을 때 대접한 사람이었고 최봉선은 김봉두가 김은호 일행을 대접한 기생집의 주인이었다. 적어도 김은호 자신의 서술로는 그렇다.


3. 김은호가 추대한 考證委員들

김은호는 <서화백년>에서 ‘언론계에서 김팔봉, 김형원, 민속에 밝은 고전연구가 연출가 등 각 방면의 전문가 김태준, 송석하, 이여성, 유치진을’ 국일관에 모셨다고 하였고 이 고증위원들의 모임은 2번이었다. 두 번째 모인 사람들의 명단은 밝히지 않았다. 거의 같은 사람들이어서 일 것이다. 이들의 면모를 살펴보면 끝까지 지조를 지켰던 사람은 화가이면서 정치가·언론인이었던 이여성, 국문학자이면서 사상가였던 김태준은 좌익 계열의 사상으로 빠졌고 민속학자 송석하만은 오직 민속에만 매달려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았다. 시인 김형원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자료를 확보하지 못했으나 김팔봉으로 더 널리 알려진 김기진과 유치진은 대표적인 부왜협력자였다.
유치진(1905~1974. 연극인)은 일제의 분촌운동을 실감나게 표현한 「대추나무」라는 희곡을 써서 조선인이 만주로 이민 갈 것을 종용하였고 일진회의 이용구를 찬양하는 희곡 「북진대」를 써서 경성대화숙(일본정신교육기관) 주최로 경성부민관에서 상연했다. 이 연극은 ‘내선일체의 심화철저를 기하고 대동아 전쟁 하에 있어서의 반도 청년의 궐기’를 촉하하려고 (중략) 일한합방이 무력압박에 의한 것이 아니라 반도 민중의 자발적 열망을 일본이 용인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흑룡강」은 일제의 군국주의를 합리화하고 홍보하는 내용인데 현대극장 창립 공연작품이다. 이 작품은 일제의 식민화를 정당화시키고 합리화하여 홍보화 하려는 ‘국민연극’으로서의 첫 테이프를 끊은 작품이다. 그는 이 목적을 달성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현대극장의 대표직을 맡는다.(1941년)
- 연극평론가. 건국대 국문학과 박사고정의 박영정 글을 중심으로 -
김팔봉(1886~1965)의 본명은 김기진이다. 팔봉이라는 필명으로 글을 썼다. 3·1운동에 참여했고 독립신문을 인쇄해 돌리다가 체포되기도 하였다. 박영희와 함께 카프를 만들었으나 임화, 윤기정 등의 소장파에게 넘어갔고 일제의 카프 검거 때 붙잡히기도 하였다.
그러나 친일문인단체 조선문인보국회 상무이사 겸 평론수필부회장(1944년), 친일언론단체 조선언론보국회 이사(1945년)를 지냈고 1950년 한국전쟁 시에는 자기가 운영하던 애지사 인쇄공들의 고발로 인민재판에서 즉결처분을 받았으나 가까스로 살아났다.
문제는 춘향영정을 그리기 위해 고증위원들의 자문을 받았으나 김은호는 고증위원들의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남원시에서는 150~300여년 전의 옷감을 찾아 고증을 거쳤다고 하고 있으나(김은호의 말) 이는 옷감이지 복식은 아니다. 옷감의 질감이나 특징이 어떤 정도로 어떻게 표현되었는지는 모르나 복식은 1930년대 후기의 옷을 춘향에게 입혔다.
그런데 김은호는 자서전 서화백년에서 일본인 임번장, 현준호 두취와 대표적인 친일부왜협력자 유치진과 송효찬 장군의 사진을 실었다. 외에는 자신의 작품들과 춘향영정의 모델이었던 김명애의 사진뿐이다. 그렇다면 김은호라는 사람의 성향이 어떤 사람이었는가는 스스로 드러나게 된다고 보겠다.

- 다음부분은 내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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