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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일제청산 방법과 화해에 대하여
작성자 남ㅇㅇ 작성일 2005.09.07 조회 1,795
첨부파일

8월 30일의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에서 3090명의 명단을 발표하면서 친일부역자들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여기에 동아일보사를 창간한 김성수가 빠질 수 없다. 그러나 동아일보사가 곧 김성수는 아니며 김성수는 동아일보사가 아니다. 김성수의 친일행각과 동아일보사는 구분되어야 한다.
그러나 동아일보 역시 친일대표 언론중의 하나다. 그런 동아일보사 주관제작의 기념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는 또 이희승 박사와는 별개의 문제이기도 하다.
용서할 수 없는 죄는 없다고 한다. 우리는 이 말의 진실을 수용하고 싶다. 그러나 용서받기 위해서는 그만한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따르는 것은 저지른 죄에 대한 참회와 반성이며 이를 기반으로 한 다음의 행동 변화라고 본다.
최남선 선생의 경우 부왜협력에 대한 참회와 반성의 글을 발표하고 붓을 꺾었으며 대외활동을 단절했다. 그래도 친일 활동이 없어질 수는 없다. 그래서 친일인명사전에서 빠질 수는 없지만 최남선 선생에게 돌을 던지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본다. 그러나 이광수를 비롯한 모윤숙 등은 그런 흔적을 보이지 않았으며 보였다 해도 진심어린 참회와 반성에서는 거리가 멀었다. 동아일보사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정읍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류를 우리는 참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 황토현전적지의 전봉준 장군 동상을 만든 사람이 대표적 친일조각가 김경승이다. 그래서 ‘철거’ 혹은 ‘외곽으로의 재배치’를 요구하고 있다. 외곽에 재배치할 경우 설명을 통한 안내문을 게시하여 역사적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본 남원경실련에서는 후자를 적극 지지하며 전자는 안된다는 의견이다. 철거해서 없애버리는 것은 일시적으로 속이 후련한 결과를 가져올지 모르나 김경승 같은 친일부왜협력자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역사적 교훈의 자료를 잃게 되는 것이다. 또한 부끄러운 역사를 제때 제대로 청산하지 못하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가? 그 결과가 국민과 민족을 얼마나 갈등하게 하고 반목하게 하는가? 그러나 끝내는 정도를 바로 잡게 하는가의 역사적 질곡과 교훈적 자료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 남원에서는 (구)남원역을 대표적인 모델로 하여 금암봉의 일제신사 잔재, 그리고 3·1운동기념비가 그 부류에 속한다. 춘향영정은 재론의 여지도 없는 저 아래급에 속하는 미미한 문제일 뿐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왜 이희승 박사가 비문을 써 주었을까의 문제는 남는다. 우리는 이 박사를 시세말로 ‘통 큰 사람’이라 하고 싶다. 관용과 화해를 할 줄 아는 범인의 틀을 벗어난 통 큰 사람이라는 것이다.
동아일보사에서는 어떤 방법으로든 부왜협력에 대한 사죄를 하고 싶으나 이를 표면적으로 적나라하게 표현하기가 어려워 창간 정신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보며 그에 걸맞는 인물의 비문을 필요로 했고 그 최적의 인물을 이희승 박사로 보았으며 이 박사를 설득하였을 것으로 본다. 설득 내용을 알 수는 없지만 동아일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이 박사께서 이를 수용할 만큼의 반성과 각오에 대한 피력이 없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희승 박사는 이를 용서와 화해의 계기로 삼았던 것은 아닐까?
현재 동아일보사의 행태를 우리는 수용할 수 없다. 그러나 박정희 쿠테타 집권 당시 정권에 가장 도전적이었으며 언론의 줏대를 바로 세웠었던 것을 우리는 기억한다. 이때 이희승 박사는 동아일보를 용서하고 화해하는 국민적 토대를 만들기 위한 작업으로 비문을 쓴 것이 아닐까 한다.

우리는 오늘의 일제청산에 관한 갈등이 정의롭고 정당하게 청산되면 그 때에 비로소 용서와 화해가 시도될 것이고 이는 이희승 박사가 동아일보사와의 관계에서 베푼 통 큰 용서와 화해로 임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현재의 시점은 청산이 우선이고 이는 방법상의 문제일 뿐이라고 믿는다. 결과적으로 3·1운동기념비는 학생회관으로 옮겨 보존하는 것이 가장 타당하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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