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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남원의 3.1운동기념비와 동아일보사
작성자 남ㅇㅇ 작성일 2005.09.06 조회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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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남원경실련에서 (구)남원역전에 있는 남원3·1운동기념비를 남원학생종합회관 광장으로 옮겨야 한다는 글을 올린 이후 몇몇 인사들로부터 중요한 의견을 제시받았다. 이 과정에서 중대한 오해와 지적사항이 제기되어 이에 대하여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 같은 부지의 공간에 두 개의 기념물을 설치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느냐는 견해다. 그러나 이는 그렇지가 않다. 지금 만들고 있는 탑은 항일운동 전반에 걸친 것이어서 짧게는 을사늑약에서부터, 길게는 동학농민혁명에서부터 해방공간까지의 항일운동을 포괄한 기념물이다. 그래서 국가의 서훈과는 상관없이 명단을 올릴 수 없는 성격의 탑인 것이다. 그래서 탑 건립위원회에서도 명단을 올리지 않기로 결정했었다.
그런데 모 지방일간지에서 임자 없는 기념탑이 있을 수 있느냐는 기사가 실렸고 이 기사를 빌미로 이미 결정된 안건을 파기하고 명단을 새겨 넣기로 결정한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누구, 혹은 어떤 단체에서의 사주가 있었음이 분명해 보인 이 기사는 수많은 무명용사나 기념탑(남원의 만인의총 상징탑도 그 중 하나임)도 모르는 엉터리 기사였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본 건에 대한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이정도로 가름한다. 다만 식민통치 이전부터 해방까지의 포괄적인 기념물이라는 것만을 분명히 해둔다.
그런데 비하여 (구)역전의 기념비는 남원의 3·1만세운동에 국한된 기념비다. 이 기념비에는 당시 남원의 3·1운동을 주도했던 분들과 순국하신 분들을 ‘의사(義士)’로 지칭하고 있으며 그 명단까지 명시되어 있다. 다만 비이 성격과 공간 문제로 구체적이고 상세하지 않음은 인정한다.
따라서 항일운동기념탑의 규모는 그만큼 큰데 비하여 기념비는 그만큼 적어서 규격으로만 볼 때 사안에 걸맞는 규격이라 할 만하다.
둘째, 동아일보사와 사주의 친일논란 문제다. 친일 인명사전편찬위원회(이하 편찬위)의 명단에 동아일보 창간 사주이면서 고려대학교를 설립한 김성수의 명단이 들어 있으며, 동아일보의 친일 행보는 익히 알려진 바이고 김성수의 일제에 전투기 헌납은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런 동아일보사에서 만든 기념비를 옮겨서까지 보존해야 하느냐와 거론된 김에 철거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느냐는 문제다. 더구나 춘향영정 철거를 주도한 남원경실련에서는 이율배반적이며, 이중적인 잣대로 친일문제를 재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본 남원경실련에서는 춘향영정을 철거해야 한다는데 한치도 양보할 수 없다. 다만 춘향사에 전시하고 있는 모사품을 철거하여 박물관으로 보내고 박물관에 전시된 영정에는 철거되어 박물관에 전시하게 된 내력을 상세히 기록하여 안내해야 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새 영정이 마련될 때까지 ①강주수화백의 작품전시 ②영정자리에 철거 내력 전시 중 한 방법을 이용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구)역전 3·1기념비 역시 같은 방법을 적용하면 된다. 다만 박물관을 학생회관 부지로 바꾸는 것이다. 박물관에는 이 기념비를 전시할만한 공간도 장소도 없으며 그래서도 안될 성질의 것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동아일보사의 친일행적을 설명해 주어야 한다.
역사유물은 악한 것이든 선한 것이든 소중한 것이다. 나쁜 것을 보고 경계하는 것을 배우는 것이며 좋은 것을 보고 본받아 계승하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 그래서 (구)남원역은 할 수 있는 데까지 현장을 보존하여 다음 세대에 경종을 울리는 교육의 장으로 활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기념비의 비문 글을 국어학자 이희승 박사가 쓰셨다는 것이다. 이 비문에는 동아일보사가 속죄하는 의미에서 건립했다는 문구는 없으며 ‘이 숭고한 3·1정신을 이어받아 창간한 동아일보사는 유서 깊은 이곳에 기념비를 세워’라고만 되어 있다.
창간이념만 있지 일제 부왜에 대한 속죄는 없다. 그러나 이희승 박사가 비문을 써 준 데에서 사죄의 뜻을 간파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희승 박사가 돈에 매수되지 않았다는 전제에서다.
이희승 박사는 일제 강점기 특히 일본이 최후의 발악을 하고 있던 1943년 10월 조선어학회 간부로 활동하다가 체포되었다. 체포된 분들 중 일제의 판결에 승복하여 복역하는 것이 빠른 해결방법으로 여겨 복역으로 마무리한 분도 계셨지만 이 박사는 끝까지 불복하면서 항소를 계속하다가 해방이 되어 출옥하신 강직한 분이시면서 끝까지 일제에 항거하셨던 분이시다. 또한 우리나라 현대 문법 등의 체계를 세우는데 둘째로 꼽을 수 없는 공헌을 남기셨고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가장 우수한 사전을 편찬하신 분이시다.
우리 남원에 이희승 박사의 비문이 있다는 것 자체가 더할 수 없는 영광이 아닐 수 없다.
남원에서는 이희승 박사의 비문을 보호하기 위한 단 한 가지 이유만으로도 3·1운동기념비의 보존과 계승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본 남원경실련의 입장이다.
그러나 동아일보사가 부왜 협력한 것을 어떻게 평가하고 대처하느냐는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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