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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남원항일운동기념탑에 대한 유감과 제언(3)
작성자 한ㅇㅇ 작성일 2005.10.13 조회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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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청과의 관계
국비를 얼마를 지원했던가 간에 어떤 단체에 어떤 일을 위임했으면 관에서는 가능한 한 간여하지 않은 것이 원칙이며 그렇게 되어야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또 다른 원칙이 있어야 한다. 국고를 지원받아 일하는 단체에서는 지원된 국비를 한 푼의 오차도 없이 성실하고 투명하게 집행하여야 하며, 주어진 일에 간섭을 받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여 깔끔하게 마무리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관에서는 그 단체를 신뢰하게 되고 신뢰도만큼 일을 더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신뢰도에 금이 갈 경우나 그럴 가능성이 보일 때에는 관에서의 눈에 보이지 않는 감시가 있어야 하고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국비의 손실을 막아내야 할 책임이 없다 할 수 없다.
그런데 탑건립추진위원회는 ‘한시적’이라는 전제로 출범한 단체다. 한시적 단체는 그만큼 책임감이 약한 단체인데다 국가지원의 어떤 일도 해보지 않았던 단체다. 그렇다면 남원시에서는 추진과정에서 한시도 눈을 떼서는 안되었다.
이런 전제로 보면 남원시청의 항일탑 건립에 대한 태도는 비난 받아 마땅하다. 우선 형평성을 크게 잃었다. 춘향제에 관한한 전 행정력을 동원하다시피 하여 선양회의 재량권조차 박탈해버린 만행을 저지르면서 항일운동탑에서는 수수방관 했다. 전문성이 없어서 간여할 수 없었다는 변명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일을 공무원만 해내라는 법은 없다.
자원봉사란 육체적 노동력만 동원하는 것이 아니다. 뜻은 있지만 오해를 받기 싫어 침묵하고 있는 원로들과 전문분야를 확보하고 있는 재원은 있는 것이며 그런 사람 중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분들에게 위촉하여 자문을 받으면서 일의 진행을 주시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이 있으며 이런 자원봉사는 노동력 동원과는 또 다른 보람 있는 봉사일 수 있다.
남원항일운동기념탑의 경우 늦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그런 분들을 물색하여 어려운 난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의견이다. 낯내기 위한 참여나 영예를 위해 자문역을 탐내는 사람을 어떻게 배제하느냐는 것이 문제일 뿐이며, 그것을 막아내기 위하여 지극히 조용하게 운영되는 봉사자를 각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늦었다고 하는 그 시점이 가장 빠른 기점이 될 수 있다. 남원시에서는 빨리 제막식의 일정을 취소시키고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현재의 운영위원회로서는 어떤 일도 해 낼 수 없도록 위상이 추락되었음은 물론 남원시민 모두에게 오물을 뒤집어씌운 모임으로 전락되어 버렸다.

○ 비문을 새로 쓴다면
전통적으로 비문은 한 개인 명의로 쓰는 것이 일반적임을 필자는 안다. 그러나 그런 현상이 옳다고 보지는 않는다. 개인의 묘비명이라면 또 몰라도 기념물에 대한 비문은 그럴 수 없다고 본다. 유명인이 쓴 비문이어야 권위가 있어 보이고 자랑스럽다는 것은 결국 권위주의의 소산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한 개인이 쓴 비문은 그 개인의 사상과 감정에 의거하여 쓰여진 것일 뿐 여러 사람의 의견이나 평가는 개입될 여지가 없다. 공공의 기념물에 대한 글이 그래도 되는 것인가는 심각하게 재고해 보아야 할 것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초안작성자를 선정하고 그 초안을 바탕으로 전문가들이 모여 오류를 고치며 첨삭을 더해 최종적 문안을 완성해 내는 것이 당연히 거쳐야 할 과정이며 이렇게 만들어진 글은 단체명의로 발표되고 새겨져야 한다고 본다.
3·1독립선언서를 최남선 선생이 기초하였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 문안을 33인을 대표한 몇몇분이 검토하였고 가필하여 33인 명의로 발표한 사례가 있다. 또한 군사독재 시절 때이며 그런 시대에도 국민교육헌장을 만들 때 수많은 석학들이 모여 수개월 동안 첨삭과 정정을 되풀이 하였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글도 최종적으로 ‘교육’이라는 단어를 뺏어야 했다는 여론을 피할 수 없었다.
어떻게 공공의 시설물에 싣는 글을 한 개인이 쓸 것이며, 그 글을 감수한다면 누가 감수할 자격이 있다 할 것인가? 결과적으로 글쓴이와 감수자까지 돌에 새겨 놓는 결과를 초래하여 선열을 빙자한 개인의 영예를 돌에 새겨 넣는 볼썽사나운 결과가 될 것이며 후세의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 마치면서
필자에게 주어진 직임을 제대로 완수하지 못한 채 뛰쳐나와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필자 자신에게 못마땅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또 다른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 필자 개인이 알고 있는 바와 개인의 개선방안을 제시해 보지 않을 수 없었음을 다시 사과드린다.
그러면서 과격한 용어가 있었다거나 특정인 혹은 특정 단체에 위해를 가한 경우가 있었다면 이 또한 사과드리며 불가피성으로 혜량해 주셨으면 한다. 그러나 개인의 의견이 중론이 될 수 있으며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는 기대는 저버릴 수가 없다. 또 하나는 준공을 미루는 한이 있어도 남원시민 대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탑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며, 남원문인협회는 이에 기여했다고 보고싶다.
꼭 덧붙이고 싶은 것은 입으로, 구호로 남원정신, 만인정신, 춘향정신을 읊지 말자는 것이다. ‘남원항일운동기념탑’이 남원정신과 연관관계가 없다면 과감하게 버려야 하고 항일운동정신이 남원정신의 한 축에 있다면 이를 살려내기 위하여 우리 시민들이 무엇을 어떻게 돌아보고 찾아내며 활동해야 할 것인가의 행동지침이 세워져야 하고 이를 실천해 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지금 남원정신의 주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작업으로 항일운동기념탑이 문제가 아니라 (구)남원역 활용방안이 더 큰 현안이며 춘향영정이나 만인의총의 충렬사 현판 등은 지극히 부수적·지엽적인 일이라고 본다.
분명히 말하지만 남원정신은 ‘만인정신’이고 만인정신은 동학농민혁명으로 일제치하의 독립정신으로, 4·19의 김주열 열사로 일목요연하게 연결 계승되고 있다. 이 모든 사안을 (구)남원역이 상징적으로 안고 있다. 남원성 북문지인 (구)남원역을 어떻게 살려내느냐 하는 것은 남원의 정체성을 확립하느냐 못하느냐의 관건이라고 본다.
이 근본에 접근하다보면 항일운동기념탑만이 아니라 춘향영정, 충렬사 현판은 자동적으로 해결되지 않을 수 없다. 역으로 춘향영정, 충렬사 현판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남원성 북문지 활용방안은 자연스럽게 풀릴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남원정신의 정체성이며 이 정체성을 기반으로 항일기념탑의 문안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남원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와 지도 편달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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