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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남원항일운동기념탑에 대한 유감과 제언
작성자 한ㅇㅇ 작성일 2005.10.11 조회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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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의 입장
필자는 남원항일운동기념탑추진위원회(이하 위원회) 부회장이었다. 나이에도 경험에도 맞지 않게 그런 중책을 맡게 된 것은 남원의료원이 이전하고 학생회관이 들어서면서 이 자리에 항일운동기념소공원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이 남원경실련(발의자;윤승호 현 도의원, 당시 집행위원장)이었고 이에 대한 배려로 뒤이어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었던 필자에게 그런 중책을 맡겼을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 남원경실련에서 이 일을 추진해 보려 했었지만 폐기물처리시설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이 일을 추진하기에는 역부족임을 자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이 일을 맡을 단체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윤영근씨를 만나게 되었고 이어 광복회가 재가동 되면서 이 일을 주관하게 되었다.
추진위원회와 운영위원회가 꾸려지면서 여러 가지 잡음이 있었고 떠나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었으나 필자는 성실하게 임해 보려 했었다. 그러나 필자가 생각하는 정도에서 빗나가는 경우가 많아졌고 ‘이것은 아니다’로 판단하지 않을 수 없는 경우가 중복되면서 결국에는 직임을 수행 할 수도 없는데다 직임을 맡는다는 자체가 욕된 일임을 깨달으면서 직임을 사임했다.
한 조직의 중책을 맡은 사람이 정도를 관철해내지 못하고 도중하차를 한다는 자체가 불미스럽다기 보다는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며, 그런 사람의 입장에서 또 무슨 할 말이 있어 입을 열어야 하는가고 자책을 해 보지만 남원의 항일운동을 기리는 것은 남원정신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중요한 일이며, 이 일이 잘못된다면 선열을 욕되게 하면서 후세에 비난받지 않을 수 없는 선배가 될 뿐인데다, 아직은 좌절할 때가 아니라는 생각과 바른 해결방안에 다소라도 보탬이 되지 않을까 싶어 개선방향을 중심으로 몇 가지 얘기를 몇 회에 나누어 개진해 보고자 한다.

○ 선열의 명단
기념탑에 항일운동자 명단을 올리느냐 마느냐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논란이 많았다. 그러나 전체회의를 통해 명단을 올리지 않기로 의결·결정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은 항일운동의 기점을 어느 시점으로 보느냐의 문제부터 시작될 수밖에 없었다. 일본의 대륙침략 야욕이 구체화되고 우리나라를 침략의 첫 대상으로 삼았던 메이지유신 이후, 그러니까 동학농민혁명부터를 항일운동의 기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소신이다. 기념탑의 명칭이 ‘항일운동’이면 동학농민혁명에서부터 해방까지여야 하는데 그 명단은 확보할 방법이 없다.
다음은 수훈자 문제인데 해방공간의 이념적 대립에서 좌경활동을 했었던 사람들은 수훈자에서 제외되었다. 그러나 해방 이전에 항일운동을 했던 것만은 분명한데 항일운동탑에서 그 분들을 제외시킬 수는 없지 않는가의 논란과, 통일을 대비한 탑 건립에 합당하지 않다는 것은 합리적이다. 또한 이념대립과 상관없이 후손의 잘못으로 수훈자 못지않은 항일·독립운동을 했으면서도 수훈에서 빠진 사람을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수훈에서 탈락한 것만도 억울한데 탑의 명단에서도 제외된다는 것은 세 번 죽는 결과를 초래한다. 결국 비수훈자 후손들이 시위를 감행했었던 일을 기억하고 있는 시민은 많을 것이다.
셋째,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수훈자의 배신행위를 가려내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다. 최남선, 이광수, 장지연 등은 뛰어난 항일독립운동가였다. 그러나 끝내 일제의 간교한 정책과 매수로 변절하였다. 현시점의 남원사회에서 이를 확실하게 판가름 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 있으며 앞으로 배신행위가 드러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이유들로 해서 수훈자나 그 후손들에게는 아쉽지만 어쩔 수 없이 수훈자 명단만을 올릴 수 없다는 의결에 이른 것이다. 그런데 수훈자 후손들의 반발과 전북일보의 ‘임자 없는 탑이 있을 수 있느냐?’는 내용의 기사로 의결이 번복되었다. 이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항일운동기념탑이 아니라 수훈자 기념탑이 되어버린 것이다.
지구상에는 수많은 무명 탑들이 있다. 우리 남원에도 만인의총기념탑, 지리산 빨치산과 관계된 무명용사, 순경들의 탑이 있다. 이 탑들이 임자 없는 탑일 수는 없다.
준공식을 연기해서라도 항일운동기념탑은 순수한 항일운동기념탑으로 건립되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확고한 신념이며 탑에 명단이 오른 분들의 후손을 제외한 남원시민의 공통된 생각이라고 필자는 믿고 있다.

○ 추진위원과 위원회의 와비
항일운동기념탑은 국비 3억을 투자해서 만든 탑이다. 이 액수로 부족하여 뜻있는 사람들이 추렴하여 경비로 쓸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일을 하자면 앞장 선 사람이 있어야 하고 그런 분들의 노고에 대하여 감사를 표시할 방법도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주객이 전도될 수는 없다.
그런데 필자가 입수한 사진에 의하면 탑을 건립한 것은 국비가 아니라 추진위원들이 낸 돈으로 추진위원회에서 만든 탑으로 되어 있다. 그랬으면 얼마나 좋겠는가마는 결과적으로 돌에 이름을 새겨 넣기 위하여 십만 원에서 기백만 원까지를 낸 꼴이 되어버렸다. 게다가 추진위원회 명단은 남원을 움직이는 유지들의 전시장을 만들어 놓았다. 누구를 위한 탑이며 비인가?
조그만 책자를 만들어 뜻을 기릴 수도 있으며 거기에 수훈자 명단과 업적을 기록하여 항일과 독립정신을 기리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그 와비를 만들기 위하여 기금을 모금하고 국비를 도용하려는 것인가? 마을회관공적비도 아닌데 그럴 수는 없지 않은가?
추진위원과 위원회의 비는 철거되어야 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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