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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세계화와 국제노조연맹 (피터 페어브러더 / 영국 카디프대 사회과학대 교수)
작성자 공ㅇㅇ 작성일 2003.01.17 조회 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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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와 국제노조연맹

세계화와 관련한 변화상 가운데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것 하나가 전세계적인 노조연합 단체의 유용성이 커진 점이다. 수백만명씩의 노동자를 대표하는 국제 노조연맹체들은 이미 20세기 초반부터 결성돼 노동권과 근로조건, 노동정책에 대해 목소리를 내왔다.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이들 노조연맹체 또한 시대변화에 걸맞은 몫을 찾아가고 있다.

한국 공무원노조는 지난 10월 공무원노조 관련 법 초안을 놓고 정부와 정면 충돌했다. 이 법안은 공무원의 조직화를 인정하지 않고 ‘노조’라는 명칭 사용도 금지하고 있다. 11월 1∼2일 노조 지도부 27명이 체포됐고 전투경찰은 노조 사무실을 봉쇄했다. 이에 맞서 노조는 4∼5일 대규모 항의집회를 열었다. 경찰이 집회를 해산시키고 수많은 조합원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많은 조합원이 다쳤다.

이 사건이 과연 국제 노조단체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 공무원노조는 프랑스에 본부를 둔 ‘국제공공노조연맹’(PSI) 소속이다. 이 단체는 사무국 규모는 적지만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공무원의 노동 기본권 인정 운동을 벌이고, 정부 정책(특히 민영화와 규제완화 정책)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며, (세계은행이나 유럽연합 같은) 국제기구에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전세계 공무원을 위한 실증적인 정책을 개발한다. 지역별 조직도 갖추고 있다. 아시아·태평양본부에는 24개국 102개 노조가 가입해 있으며 조합원 규모는 200만명에 이른다. 위의 사건이 발생하자 한국 공무원노조는 이 단체에 지원을 요청했고 이 단체는 실상을 전세계에 공개했다. 또 관련 단체들에게 구속 노동자 석방을 촉구하는 항의서한을 한국 정부에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 아태본부의 기타오카 가쓰유키 공동의장은 직접 한국을 방문해 구속자 석방을 촉구했다. 한마디로 이 단체는 한국 정부에 항의하는 국제적인 연대 틀을 갖춤으로써 한 나라의 문제를 국제 문제로 부각시켰다.

이 단체는 많은 전세계적 노조연맹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전세계 교사를 대표하는 국제교원연맹(EI), 국제화학에너지광산일반노련(ICEM), 국제건설목재연맹(IFBWW), (어린이 노동착취 반대 운동을 이끄는) 국제섬유의복피혁노련(ITGLW), 국제식품관광노련(IUF) 등 다양한 단체가 각각의 업종을 대표하고 있다. 노조연맹들은 각국을 대표하는 노총의 연합체인 국제자유노련(ICFTU)과 함께 지역 문제를 국제문제화할 능력을 지니고 있다. 이들은 온라인 캠페인처럼 새로운 정보기술을 활용한다. 지난 몇십년 동안 이런 조직들을 아는 이는 일부 노조 간부들뿐이었으나 경제가 국제화하고 세계가 지구촌화하면서 노조연맹 조직들은 한국 문제를 국제문제화할 정도로 중요한 기구가 됐다. 가장 최근에 설립된 국제노련으로는 2000년 4개 단체가 통합해 구성된 국제통신노련(UTI)이 있다. 140개국의 금융·서비스·언론 관련 800개 노조 소속 1550만명의 조합원을 대표하는데, 분야별 경계를 허무는 통신·정보 기술의 구조개편에 대응하기 위해 결성됐다.

지난 10년 동안 국제 노조연맹들이 주도한 가장 주목할 운동은 노동권에 대한 문제제기일 것이다. 지난 11월 중순 한국 보건의료노조 간부 7명이 구속된 뒤 국제자유노련은 노·사·정이 참여하는 국제노동기구(ILO)에서 한국 정부의 보건의료노조 기본권 불인정 문제를 정식 제기했다. 이런 식으로 국제 노조단체들은 노조 대표성, 단체협약, 어린이 노동, 차별, 노예노동 문제 등을 제기하는 장을 제공한다. 이런 행동은 노조원들이 한 국가를 넘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권리와 위치를 쟁취할 수 있게 해준다.

이들의 주요한 활동 한 가지는 전세계 노동자의 인간적인 노동조건을 위한 캠페인이다. 한 예가 해운업계의 ‘편의적인 선적’ 문제다. 국제운수노련은, 선적은 (규제나 세금이 거의 없는) 나라에 등록했지만 소유주는 다른 나라 국적이고 게다가 운용사는 또 다른 국적인 상선들이 선적등록국 국기만 게양하는 관행을 없애려 52년째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런 상선들은 적절한 규제를 받지 않고 있으며 그 결과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 등 심각한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 개선을 위한 운동에는 108개국의 52개 해운노조와 166개 항만노조가 참여하고 있다. 이밖에도 세계화와 관련한 문제들을 몇몇 다국적기업과 일대일 협약으로 해결하려는 시도, 유럽연합이나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등 일부 지역 경제협력체 차원에서 다국적기업과 국제간 단체협상을 추진하는 시도 등이 이뤄지고 있다.

이런 다양한 변화 양상은 경제와 정치의 세계화에 대응하기 위해 아주 최근부터 나타나고 있다. 이런 변화와 발전을 거치면서 국제 노조연맹들은 민주적 변화의 가능성을 열 능력을 갖춰 갈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 노조와 함께 이들은 세계화한 세상에서 ‘산업 시민권’의 기초를 다지고 있다.

피터 페어브러더/영국 카디프대 사회과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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