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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송화섭 교수의 망언
작성자 남ㅇㅇ 작성일 2003.10.29 조회 1,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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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가 시작되면서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난 지역축제를 다시 돌아보고 재정립을 시도하려는 전북 도민일보의 기획은 이해할 수 있고 필요한 시점의 적절한 착상이라는 공감이 간다.
남원인과 남원의 시민단체로서 본 남원경실련에서는 춘향제전 자체에 많은 문제점이 있고 개선되어야 하며 전통과 미래를 잇는 정체성을 재정립해야 할 것임을 누차에 걸쳐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기도 하였으나 우이독경식이어서 낙망스러움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10. 21일 전북도민일보(16면) 지역축제 허와 실의 기획특집은 실망스러움을 넘어 개탄을 금할 수 없고 특히 송화섭 교수의 인용문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송교수의 학문적, 향토적 근본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으며 그 발언에 대한 분명한 근거를 제시해야 할 것으로 믿으며 촉구하는 바이다.

우리는 문화가 주어진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고 확신하고 있으며 연구실이나 실험실에서 제작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문화적 축적 위에서 새롭게 창출된 것이라고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73년의 전통을 잇는 춘향제전은 그 자체의 역사만으로 하나의 문화로 정립되었다고 본다. 다만 관광객 유입에 혈안이 되어 정체성이 훼손되고 혼미해졌다는 문제점은 인정한다.
그렇다고 하여 소설속의 인물이라는 이유로 사당건립, 묘역조성, 제례행사 등까지를 매도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스위스에 가면 윌리암텔의 희곡에 나타난 숱하게 많은 유적이 안내되어 있고 덴마크에서는 인어공주 상이 수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모두 문학작품을 형상화한 것이다.
춘향정신을 승화시키기 위해 사당을 건립했던 일제 치하의 지역 유지들의 숭고한 뜻이 잘못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며 사당을 건립했기에 제향을 올린 것이 전통 축제의 맥으로 이어지게 된 춘향제가 잘못된 방향으로 전승되었다고 할 수 없다. 윌리암텔의 조각을 만들고 인어공주의 조각을 만들어 전시하는 것과 춘향묘를 만드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다음 송교수의 말은 이율배반의 논리로 전개되었다. 일제가 ‘항일의식이 싹틀 것을 염려해 민족공동체를 해체하는 수단으로 전통축제를 미신으로 격하시켰다’고 한 것을 우리는 인정하며 춘향제도 그 피해를 그대로 입었다. 그런데 그 춘향제를 ‘일제시대 문화말살정책의 일환으로 시작된 춘향제’라는 말은 무슨 말이며 ‘전통축제로 오인하고 있다’는 말은 또 무슨 망발인가? 송교수는 이에 대한 분명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만약의 경우 신문사에서 잘못 인용하였다면 신문사에서 이를 정정하고 사과해야 할 것이다.
또 하나는 송교수의 춘향전에 대한 견해다. 학자간의 차이는 있을 것이나 신문사에서는 춘향전을 계급을 초월한 사랑, 지배층에 맞선 평민의 저항으로 보고 있는데 비해 송교수는 ‘춘향과 사랑의 언약을 이행한 이도령의 「러브스토리」만을 축제의 중심소재로 삼고 관광상품화 하는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 도령의 약속 이행만 있고 춘향의 정절은 어디로 갔으며, 당시의 시대상으로 볼 때 권력(지배층, 변사또)에 대한 민중(평민, 춘향)의 저항은 춘향의 정신에서 배제되어도 되는가에 대하여 소신을 밝혀야 한다. 혹자는 권력에 대한 민중의 저항정신을 사랑으로 포장한 작품이 춘향전이라는 학자나 견해가 있음도 참고하기를 바란다.

다시 한 번 거론하거니와 남발되고 정체성되지 않은 축제에 대한 재고와 정비를 위한 신문사의 의도에는 박수를 보내지만 해괴한 망언을 여과없이 보도한 신문사에는 그 책임이 있으며 송교수는 위에서 지적한 몇 가지 사안을 정확한 근거로 명쾌하게 대답해 주기를 남원시민과 시민단체의 이름으로 분명하게 요구한다.
우리는 많은 시간을 기다릴 수 있는 아량이 없다.

남원경실련 집행위원장 한 병 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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