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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다시 춘향 영정을 거론합니다 1
작성자 이ㅇㅇ 작성일 2024.03.05 조회 40
첨부파일
다시 춘향 영정을 거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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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면서

지난해(2023년) 중반 이후까지만 해도 남원시민들을 갈등으로 들끓게 했던 춘향 영정 문제에 대해 우리는 잠정적으로 발언을 자제하고 있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께서는 고개를 갸웃거리셨을 것입니다. 이제 다시 거론하는 걸 보며 기회주의자들이라 하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몇 가지 해명 말씀부터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가장 염려했던 것은 시민들의 분열과 갈등이었습니다. 피할 수 있는 한 피하고 싶었습니다. 적어도 2023년에 새로 그려 붙인 그림도 퇴출시켜야 한다는 사람들끼리 다툰다는 것은 내부 분열이나 균열로 오해받을 수 있음을 경계해야 했습니다.
2020년에 친일부역자 김은호 그림의 퇴출 운동을 시작할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친일잔재 청산이었습니다. 시민의 자존과 긍지를 위해 친일 주구의 그림을 철거해야 했습니다. 그 자리에 최초 영정을 봉안하면 그만이었습니다. 지극히 당연한 논리일 뿐 아니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당위였습니다. 그해 9월에 김은호의 왜색 그림은 퇴출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최초의 원본 춘향 영정만 봉안했으면 오늘날의 이 어려운 상황은 발생할 까닭이 없었습니다.
이후의 자세한 과정은 일단 생략하겠습니다만 춘향 영정 문제는 그 추태와 치부가 남원을 넘어 만천하에 까발려지는 사태로 이어졌습니다. 새로 그린 영정은 50대 기생 할머니로 변질되었습니다. 이제는 더 큰 자중지란이 벌어졌습니다. 새로 그려야 한다면서 피를 토하던 그들이 반발했습니다. 또다시 그려야 한다는 것이지요. 지금 상황이 이러합니다. 우리는 자중해야 했습니다. 50대 기생 할머니 반대에는 동감하지만 새로 그려야 한다는 억지에는 공감할 수 없었습니다.
근본 문제에 접근해 보았습니다. 역대 시장들의 문제였습니다. 그중에서도 전‧현 시장의 책임이 가장 큽니다. 사태를 수습하는 것이 아니라 오기라는 휘발유를 뿌려 상황을 최악으로 몰고 갔습니다. 시장 퇴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주민소환 서명부를 선거관리사무소에 넘기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2024년 총선이 지나야 일을 마무리할 수 있겠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연말이 지났고 설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마음이 급했습니다. 하지만 설 밥상에도, 대보름 달집에도 올릴 수가 없는 사안이었습니다. 고향을 찾은 분들께 부끄러운 치부를 술안주로 삼게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이제는 더 기다릴 수 없습니다. 3‧1 독립혁명 기념일이 코앞에 닥쳤기 때문입니다.
춘향 영정은 단순한 춘향 이야기가 아닙니다. 더구나 춘향골 남원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춘향은 그 자체로 남원의 상징입니다. 그래서 남원을 ‘춘향골’이라 명명하는 데 주저함이 없고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그런데 남원에서는 무서운 일이 벌어지고 있고, 그것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춘향정신이라는 용어 자체를 미모로 둔갑시키고 있으면서도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본제국 당시 춘향정신을 빛내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춘향제인 것을 모르고 있습니다. 그 정신이 춘향 사당을, 춘향 영정을 낳았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춘향을, 춘향제를 오직 돈벌이의 도구로만 이용해 오고 있습니다. 기생 딸 춘향이는 그만한 가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아닙니다. 또 있네요. 여성들이 만들어낸 축제를 남정네들이 탈취해 갔습니다. 남정네들은 춘향문화선양회라는 것을 만들어 서민, 천민들의 여성 문화를 극대화한 춘향제를 남정네들이 만들고 전승한 것처럼 변질시키고는 만족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으며 자행한 짓거리였습니다. 그것이 《춘향제 60, 70, 80년사》(이하 60년사로 약칭함)라는 위사(僞史)입니다.
이 춘향제의 역사 속에는 뜻을 이루지 못한 동학농민혁명, 일본제국의 침탈, 자유당 정권의 독재, 4‧19혁명 정신을 짓밟은 5‧16 쿠데타 등 굴곡 많았던 우리나라 현대사의 비극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몰라도 너무 모르고 있었습니다. 위정자들이, 친일파들이, 군국주의자들이 눈을 가리고 귀를 막아왔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많은 탐구자들이 남원의 역사를 새롭게 발굴하고 써 내려가야 할 것입니다. 이를 이룩해내지 못하는 한 남원은 일제의 친일, 해방 조국에서의 반역에 대한 각성이 일어날 수 없을 것입니다. 이 일을 해내지 못하는 한 지금의 우리는 역사에 대한 무지렁이 상태에서 자신도 모르게 역사의 죄인으로 빨려 들어가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정유재란 남원성 전투도, 일제의 남원성 북문 철거도 언어의 장식으로 전락되고 말 것입니다. 남원 정신? 춘향 정신? 이런 개념은 언어유희로 농락당하는 결과가 초래될 것입니다.
춘향제 백 주년이 머지않았습니다. 정리할 것을 바르게 정리하고 세워야 할 것을 바르게 세운 다음 백 주년 춘향제를 맞아야 할 것입니다.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우리들은 해냈노라 말할 수 있는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성원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① 이 글에서 ‘우리’란 춘향정신을 바로 세우자는 뜻을 같이하는 모든 사람과 단체를 포괄하는 용어입니다.
② 이 글 《다시 춘향을 거론합니다》는 주 1회(수요일) 올리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③ 이 글의 대표 집필자는 한병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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